기사를 읽어드립니다.

최근 미국 AI 업계에서는 새로운 가격 경쟁이 시작됐습니다. 이번에는 요금 인하가 아니라, 아예 최고 성능 AI를 '무료'로 제공하는 경쟁입니다.

더 주목할 점은 이를 주도하는 곳이 가장 비싸고 성능이 뛰어난 프론티어 모델 기업인 오픈AI와 앤트로픽이라는 것입니다.

물론, 이들이 모든 사용자를 대상으로 무료 서비스에 나선 것은 아닙니다. 최근 세계 최대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인 Y 콤비네이터(YC) 참여 기업들을 대상으로 수십억원 규모의 토큰 크레딧을 제공하는 경쟁에 들어갔습니다. 

샘 알트먼 오픈AI CEO는 지난 5월 YC 행사에 참여, 169개의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최대 200만달러(약 30억2700만원) 규모의 AI 토큰 크레딧을 주고 대신 지분을 받는 투자를 제안해 화제가 됐습니다. 소규모 인력으로 운영되는 스타트업은 AI 사용료 부담이 크기 때문에, 이를 염두에 둔 것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앤트로픽도 이 발표 직후 움직였습니다. 기존 3만달러 수준이던 YC 스타트업 무료 크레딧 지원을 50만달러까지 늘린 것입니다. 또 앤트로픽은 지분 교환이 없는 순수한 무료 지원이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오픈AI도 이를 보고 제안 내용을 바꿨습니다. 총 200만달러 중 50만달러까지는 지분 인수 없이 무료 크레딧을 제공하고, 지분 인수를 통해 추가로 150만 달러 상당의 크레딧을 받을 수 있도록 조정한 것입니다.

다른 회사도 비슷한 정책을 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구글 클라우드는 일부 스타트업에 최대 50만달러 상당의 클라우드 크레딧과 제미나이 모델 조기 이용권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아마존웹서비스(AWS)도 스타트업에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으며, 스페이스X에 인수된 커서도 7월 초까지 토큰을 75% 할인했습니다.

사실 오픈AI와 앤트로픽은 개인 구독자에게도 상당한 규모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세미애널리시스의 분석에 따르면, 이들의 구독료는 '미끼 상품'처럼 많은 혜택을 부여합니다. 월 200달러짜리 요금제로 사용할 수 있는 토큰 양이 API 가격으로는 1만4000달러에 달한다는 내용입니다.

그럼에도 이런 무료 경쟁에 나선 것은 당연히 '락인(Lock-in)' 효과를 노린 것입니다. 스타트업이 처음 선택한 모델을 계속 사용하도록 유도하려는 것입니다. 

그보다 더 눈길을 끄는 점은 이들이 무료 경쟁에 나선 것은 거의 처음이라는 점입니다. 그동안 최고 성능의 AI 모델은 가장 비싼 자원이었습니다. 또 모델 성능이 곧 가격 경쟁력이었습니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오픈AI와 앤트로픽은 가장 비싼 자산을 무료로 제공하면서까지 핵심 고객을 확보하려 하고 있습니다. 한번 특정 모델을 선택하면 프롬프트와 에이전트 구조, 하네스, 운영 환경까지 이에 맞춰 구축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다른 모델로 옮기기 어려워집니다.

경쟁이 심해지는 데에는 최고 성능 모델의 격차가 크지 않다는 것도 한몫합니다. 올해 초까지는 앤트로픽의 앞선 코딩 성능으로 새로운 시장을 주도했지만, 오픈AI가 몇개월간 이를 추격한 끝에 'GPT-5.4' 출시 이후 거의 균형을 맞췄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최근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중국 오픈소스 모델의 인기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됩니다. 스타트업이 초기부터 오픈소스 생태계에 안착하면 이후 프론티어 모델로 전환할 가능성은 낮아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과거 클라우드 기업들이 무료 크레딧으로 스타트업을 확보했던 것처럼, 이제는 프론티어 AI 기업들도 토큰을 앞세워 차세대 고객 확보에 나서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러한 경쟁은 확대될 가능성이 큽니다. API 가격이 공식적으로 크게 내려가지 않더라도, 특정 고객을 겨냥한 무료 토큰과 크레딧, 할인 프로그램은 계속 늘어날 수 있습니다. 

결국 이번 경쟁은 무료 프로모션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AI 경쟁 초점이 모델 최고 성능 구축에서 생태계 확보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최고 모델만 만들면 알아서 고객이 찾아오던 시대는 끝나고, 프론티어 모델 기업들의 경쟁 방식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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