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

AI 하드웨어 시장의 주도권을 둘러싼 빅테크 기업 간의 경쟁이 결국 법정 싸움으로 번졌다. 2024년 '챗GPT'의 아이폰 통합 발표로 이목을 집중시켰던 애플과 오픈AI의 동맹 관계가 2년 만에 사실상 파국을 맞이했다.

10일(현지시간) 로이터와 CNBC 등에 따르면, 애플은 오픈AI와 전직 애플 직원들을 상대로 자사의 핵심 영업비밀과 지적재산권(IP)을 조직적으로 도용했다며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애플이 법원에 제출한 41페이지 분량의 소장에 따르면, 오픈AI는 자체 소비자용 AI 하드웨어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애플의 혁신 기술과 공급망 전략을 무단으로 복제 및 도용했다. 특히 애플은 소송 서류를 통해 “기술 스태프부터 최고 하드웨어 책임자에 이르기까지 조직 전반이 비즈니스 파트너와 공모해 애플의 영업비밀을 훔쳐왔다”라며 강력하게 비판했다.

피고로 명시된 인물 중에는 전 애플 제품 디자인 부사장 출신이자 현재 오픈AI의 최고 하드웨어책임자인 탕 탄이 포함됐다. 애플은 탄이 오픈AI 면접을 보러 온 애플 직원들에게 구체적인 장치 설계, 미공개 부품, 제조 공정 등을 설명하고 시연하도록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또 전직 애플 수석 전기 엔지니어였던 창 류는 퇴사 전 보안 취약점을 악용해 애플 노트북으로 수십개의 기밀문서를 다운로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애플은 오픈AI가 이직하는 직원들에게 퇴사 시 보안 절차 우회 및 감시를 피하는 방법을 사전 교육하는 등 조직적으로 범죄 행위를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한때 협력 관계였던 두 회사의 균열은 지난해 오픈AI가 하드웨어 시장 진출을 공식화하면서 시작됐다. 오픈AI는 애플의 전설적인 디자이너 조니 아이브가 설립한 스타트업 IO를 64억달러(약 9조6150억원)에 인수하며 독자적인 하드웨어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냈다. 이번 소송 대상에는 IO도 포함돼 있다.

이후 오픈AI가 애플 출신 엔지니어와 디자이너를 대거 고용하며. 양사의 관계에는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특히 애플은 올가을 출시 예정인 애플 인텔리전스의 시리 AI 버전을 구글 '제미나이' 기반으로 선회하는 등 오픈AI와 거리를 벌렸다.

현재 오픈AI에는 400명 이상의 전직 애플 임직원들이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오픈AI가 막대한 압박 속에서 자체 하드웨어 제품 개발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정당한 투자 대신 무임승차를 택했다고 비판했다. 또 외주 하드웨어 업체들에 애플 고유의 금속 마감 기술 적용을 요구하며 마치 애플의 허가를 받은 것처럼 오도했다고 덧붙였다.

애플 대변인은 “최근 오픈AI에 고용된 이들이 당사의 미공개 기술, 프로세스 및 제품과 관련된 비밀 정보를 불법 취득했다는 상당한 증거를 확보했다”라며 “우리의 노력과 혁신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적법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애플은 법원에 오픈AI가 자사 영업비밀 및 기술을 보유·사용·공개하는 것을 금지하는 예비 및 영구 금지 명령과 함께, 재판에서 결정될 대규모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 소송은 하드웨어 기기와 결합하는 차세대 모바일 AI 시장의 패권을 잡기 위한 거대 기술 기업 간의 갈등으로 비치고 있다. 또 상장을 앞둔 오픈AI의 자금 조달과 하드웨어 출시 로드맵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픈AI는 이번 소송 제기에 대해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임대준 기자 ydj@ai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