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반도체 수출 규제가 심화하는 가운데, 중국 알리바바가 하드웨어 난제를 넘어 AI 소프트웨어 생태계 주권을 확보하기 위한 오픈소스 카드를 꺼내 들었다. 엔비디아 독점 체제의 핵심인 '쿠다(CUDA)'를 추격하겠다는 전략이다.

알리바바의 칩 설계 전문 자회사 '티헤드(T-Head)'는 18일 상하이에서 열린 세계인공지능대회(WAIC)에서 자체 AI 칩인 '진무(Zhenwu) 시리즈'의 기반 소프트웨어 아키텍처 '세일(SAIL)' 기술 스택 전체를 글로벌 개발자들에게 무료 개방한다고 발표했다.

세일은 AI 모델이 진무 칩의 연산 성능을 활용할 수 있도록 명령어로 변환하고 구동을 돕는 풀스택 소프트웨어다. 가오후이 티헤드 부사장은 "기존 AI 프레임워크 코드를 최소한으로 수정해 일주일 이내에 세일 스택으로 마이그레이션할 수 있으며, 260여 종의 학습·추론 도구를 지원한다"라고 강조했다.

알리바바 외에도 화웨이(CANN), 무어스레드(MUSA) 등 중국 주요 칩 제조사들은 엔비디아의 소프트웨어 락인(Lock-in) 효과에 대응해 독자적 개방형 생태계 구축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시선은 냉정하다. 티헤드가 주장하는 '일주일 내 마이그레이션'은 단순 코드 변환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대규모 모델 분산 학습이나 실무 환경에서는 단순 변환을 넘어 연산 병목 현상 해결, 메모리 최적화, 런타임 오류 디버깅 등에 수개월 이상의 고도화된 엔지니어링 리소스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게다가 이번 발표에는 CUDA 대비 세일 스택의 연산 효율이나 컴파일러 안정성을 입증할 객관적인 벤치마크 데이터가 빠져 있어 실효성 의문이 제기됐다. 알리바바가 56만개 이상의 진무 칩을 공급했다고 밝혔으나, 하드웨어 보급량과 소프트웨어 생태계의 성숙도는 별개의 영역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엔비디아가 지난 20년간 글로벌 기업과 쌓아 올린 CUDA의 해자와 전 세계 개발자 커뮤니티를 중국 기업이 단기간에 대체하는 것은 기술적 완성도와 공급망 리스크를 고려하면 거대한 도전에 가깝다는 평이다.

임대준 기자 ydj@ai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