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가 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Starlink)'를 앞세워 미국 소비자 모바일 시장 직접 진출을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통신사들과의 협력을 통한 보조적 역할에 머물렀던 것을 넘어, 독자적인 지상 이동통신망 구축까지 검토하며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겠다는 전략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6일(현지시간) 소식통에 인용, 그윈 샷웰 스페이스X 사장이 최근 진행된 기업공개(IPO) 설명회에서 투자자들에게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샷웰 사장은 스타링크의 일반 소비자 대상 모바일 상품 출시를 고려하고 있으며, 이를 지원하기 위한 자체 미국 지상 이동통신망 구축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이어 27일에는 스페이스X가 차터 커뮤니케이션즈와 소비자용 휴대폰 서비스 제공을 위한 파트너십에 대해 고위급 회담을 가졌다고 블룸버그가 전했다.

이에 따르면, 미국 최대 가정용 인터넷 제공업체인 차터는 스페이스X의 전화 트래픽 일부를 자신들의 지상 인터넷 인프라를 통해 처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움직임은 최근 250억달러(약 38조4500억원) 규모의 대형 채권 발행 성공 직후 나온 것으로, IPO 이후 급격한 성장과 새로운 수익원 창출을 요구하는 투자자들의 압박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됐다. 실제로 스타링크 모바일 사업은 단기 및 중장기 매출을 견인할 핵심 성장 축으로 꼽힌다.

또 스페이스X의 모바일 소매 시장 진출 조짐은 지난해부터 포착됐다. 지난해 9월 경쟁사인 에코스타(EchoStar)로부터 170억달러를 들여 무선 주파수 라이선스를 매입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당시 이 거래가 독자적인 소매 통신 서비스를 출시하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 봤다.

그동안 스페이스X는 T-모바일 등 기존 통신사들과 제휴해 지상 기지국이 닿지 않는 산간·오지 등에 위성 신호를 보완해 주는 기업 간 거래(B2B) 방식에 집중해 왔다.

그러나 채권 발행 투자 설명서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궁극적으로 농촌과 교외, 도심 등 사용자의 위치와 상관없이 가장 선호되는 연결 경험을 제공하며 미국의 3대 이동통신 사업자인 버라이즌 와이어리스, AT&T, T-모바일과 직접 경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 3월 기준 세계적으로 103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기존 초고속 위성 인터넷 인프라에 모바일 서비스까지 더해 시너지를 내겠다는 구상이다.

전문가들은 막대한 비용과 기술적 한계를 지적했다. 뉴스트리트 리서치의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의 기존 3대 이동통신사가 보유한 주파수 대역폭은 총 1020MHz에 달하지만, 스페이스X는 65MHz에 불과하다. 도심과 밀집 지역에서 원활한 모바일 서비스를 제공하기에는 대역폭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또 전국 단위의 지상 모바일 네트워크를 새롭게 구축하고 무선 주파수를 추가로 확보하려면 수십억달러 이상의 막대한 자본이 지속적으로 투입돼야 한다는 점도 문제로 꼽혔다.

이 때문에 이번 소매 시장 진출 선언이 기존 통신 파트너사들과의 수익 배분 협상에서 더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전략적 카드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데이비드 바든 뉴스트리트 리서치 파트너는 "이미 포화 상태인 글로벌 이동통신 시장에서 독자적인 무선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은 믿기 힘들 정도로 어려운 일"이라며 "다만 이동통신사 파트너들과 최상의 수익 배분 계약을 이끌어내기 위한 '협상 시작점'으로 본다면 이 전략은 대단히 타당하며 영리한 움직임"이라고 평가했다.

임대준 기자 ydj@ai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