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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메모리 반도체 가격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미국 정부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중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으로부터 칩을 조달하기 위해 로비를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7일(현지시간) 관계자 6명을 인용,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로부터 메모리 칩을 구매할 수 있도록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승인을 얻기 위해 로비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애플이 이 같은 전략적 선택을 강행하는 배경에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수천억달러를 쏟아부으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같은 고급 DRAM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반도체 제조사들이 HBM 생산에 라인을 집중하면서, 스마트폰과 맥북, 아이패드 등 소비자 가전제품에 들어가는 메모리의 장기적인 공급 부족과 가격 폭등으로 이어진 것이다.

실제로 애플은 최근 공급망 압박에 맥북과 아이패드의 가격을 20% 인상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가격 인상 발표 직후 애플의 시가총액은 하루 만에 2630억달러(약 404조5000억원)가 감소하며, 애플 사상 두 번째로 큰 규모의 폭락을 기록했다.

현재 중국 외 지역의 DRAM 시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3개사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공급업체들과의 가격 협상에서 주도권을 잃은 애플로서는 중국 최대 DRAM 기업인 CXMT를 새로운 공급처로 확보해 단가 압박을 해소하겠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CXMT는 미국 정부의 엄격한 감시를 받는 기업이다. 미 국방부는 CXMT와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를 중국 인민해방군(PLA)과 연계돼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블랙리스트 '1260H'에 올렸다.

1260H는 법적인 구매 금지 조치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미 상무부도 지난해 CXMT를 강력한 무역 제재 명단인 '수출통제 명단(Entity List)'에 올리려 했으나, 백악관이 중국과의 무역 전쟁 휴전 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제재를 보류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애플은 한 달 전 상무부와 접촉한 것을 시작으로, 백악관 고위 관리들과 워싱턴의 동맹 세력을 상대로 전방위 로비를 펼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 행정부가 애플에 CXMT를 수출통제 명단에 올리지 않겠다는 확실한 보장을 해줄지는 미지수다. 행정부 내부 내부에서도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애플의 이 같은 움직임에 미국 정계와 안보 전문가들은 일제히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하원 미·중전략경쟁특위 위원장인 존 물레나르 공화당 의원은 “애플이 중국 군사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으려 하는 것은 심각한 실수”라며 “중국 공산당이 핵심 공급망을 지배하려는 계획을 돕는 행위는 동맹국들과 안전한 기술 공급망을 구축해야 하는 시기에 미국의 기술 산업과 경제를 중국에 더 의존하게 만들 뿐”이라고 경고했다.

허드슨 연구소의 안보 전문가인 마이클 소볼릭은 "정부가 핵심 광물에 대한 중국 의존도는 낮추면서, AI의 핵심인 반도체 분야에서 중국 의존을 승인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앞서 2022년에도 애플은 아이폰에 YMTC 칩을 탑재하려다 의회의 강력한 제재 경고를 받고 계획을 철회한 바 있다.

임대준 기자 ydj@ai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