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

영화 '매트릭스'에서는 AI의 지배로 인간이 가상 세계에서 생활합니다. 그런데 이를 본떠 만든 'MatrAIx'라는 시뮬레이션 환경은 정반대입니다. 여기에서는 현실의 인간을 닮은 가상 인간들이 가상 세계에서 새로운 AI를 먼저 사용해 봅니다.

목적은 단순한 제품 테스트가 아닙니다. 실제 사람에게 AI를 공개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미리 살펴보자는 것입니다.

MatrAIx는 하버드대학교와 MIT를 비롯한 여러 대학과 연구기관의 연구자 93명이 참여한 대규모 프로젝트입니다. AI와 머신러닝뿐 아니라 인간-컴퓨터 상호작용, 의료 AI, 통계, 사회과학, 경제·경영 등 다양한 분야의 핵심 연구자들이 참여했습니다.

프로젝트의 핵심은 '페르소나 8B(Persona 8B)'입니다. 이는 AI 모델이 아니라, 83억개의 가상 인간을 표현할 수 있는 대규모 페르소나 데이터셋입니다. 각 페르소나는 나이와 직업 같은 인구통계 정보뿐 아니라 심리, 능력, 행동 특성 등을 1290개 범주형 차원으로 표현합니다.

그리고 이 가상 인간들은 아무렇게나 만들어진 캐릭터가 아닙니다. 연구진은 실제 인구와 인간 행동에 관한 데이터를 활용해 현실에서 존재할 법한 사람들의 특성과 관계를 구성했습니다. 실제 인간 데이터에 기반한 페르소나와 실제 인구통계의 관계를 바탕으로 합성한 페르소나를 동시에 활용합니다. 이 가운데 품질 검사를 거친 100만여개의 페르소나를 연구용으로 공개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가상 인간에게 LLM을 연결하면 하나의 '가상 사용자'가 됩니다. 이들은 설문조사에 응답하거나 AI 챗봇과 대화하고, 웹사이트를 돌아다니며, 데스크톱과 모바일 앱을 직접 사용하는 방식으로 행동할 수 있습니다. 연구진은 상거래와 소프트웨어, 금융, 헬스케어 등 25개 이상의 분야에서 1010개의 작업을 마련했습니다.

예를 들어 새로운 AI 쇼핑 서비스가 출시되면, 이전에는 사람들에게 AI가 상품을 얼마나 잘 추천하는지 질문에 얼마나 정확하게 답하는지 등을 물어봤습니다.

MatrAIx에서는 여기에서 더 나갈 수 있습니다. 서비스 가격이 올라갔을 때 어떤 사용자가 이탈하는지, AI가 잘못된 정보를 제공했을 때 사용자의 신뢰가 얼마나 떨어지는지, AI가 사용자에게 지나치게 아부하면 특정 부류의 사용자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알아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수많은 유형의 가상 사용자를 동시에 투입, AI 모델을 사용할 때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반복해서 실험할 수 있습니다.

이 방식이 중요한 이유는 답변의 정확도를 주로 따지던 기존 벤치마크와 달리, AI의 실제 사용자 경험과 상호작용을 사전 평가하는 새로운 테스트 환경으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얼마 전부터는 AI의 과도한 아첨이나 사용자의 잘못된 믿음을 강화하는 현상, 위험한 질문에 답변을 거부하는 안전성 등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정해진 질문과 시나리오 중심의 기존 안전성 테스트를 넘어, 다양한 유형의 사용자가 AI를 사용할 때 나타나는 반응을 미리 테스트할 수 있게 된 것이 MatrAIx입니다.

이런 AI 가상 테스트나 디지털 트윈은 이미 몇년 전부터 등장한 개념입니다. 특히 가상의 소비자에게 제품을 보여주고 반응을 예측하거나, 특정 사회집단을 모사해 정책의 결과를 살펴보는 방식으로 활용됐습니다.

그러나 MatrAIx는 이 아이디어를 AI 테스트에 적용한 것입니다. 이전에는 가상 인간에게 제품을 써보게 했다면, 이제는 가상 인간에게 AI를 써보게 하는 것입니다.

연구진은 실제 실험에서 1만8189회의 평가를 진행했고, '클로드 오퍼스 4.8'과 'GPT-5.5' '클로드 하이쿠 4.5' 등을 페르소나 에이전트의 기반 모델로 활용했습니다.

또 페르소나가 설정된 행동 특성을 제대로 유지하는지 확인하기 위한 400회의 통제 실험에서는 91.5%의 일치율을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물론 이것이 실제 인간을 대체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연구진도 "이번 프로젝트는 영화 '매트릭스'를 떠올리게 한다"라며 "하지만 탐색, 스트레스 테스트, 가설 생성에 유용한 시뮬레이션 세계이지, 실제 사람들의 증거를 대체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가상 인간도 LLM을 통해 만들어진 시뮬레이션이기 때문에 실제 사용자의 예상하지 못한 행동이나 문화적 맥락을 완벽하게 재현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현실적인 활용법은 실제 사용자 테스트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실제 사람에게 적용하기 전에 가능한 많은 경우의 수를 먼저 탐색하는 것입니다.

자동차가 실제 도로에 나가기 전에 충돌 테스트를 거치는 것처럼, AI도 실제 인간에게 공개되기 전에 수많은 가상 인간에게 먼저 사용하게 하는 셈입니다.

지금까지 AI 평가는 주로 모델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집중했습니다. 그러나 AI가 사람과 장시간 대화하고, 정보를 제공하고, 대신 결정을 내리고, 직접 행동하는 에이전트로 발전하면서 또 하나의 질문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이 AI가 사람들에게 실제로 사용됐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입니다.

가상 인간이 실제 인간을 완벽하게 대신할 수는 없지만, 이를 통해 AI의 문제와 위험을 미리 발견하고 안전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어쩌면 이것이 '매트릭스'에서 얻은 가장 현실적인 영감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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