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AI를 스마트폰의 핵심 기능으로 끌어올린 차세대 ‘픽셀 11’ 시리즈를 공개했다. 단순히 카메라와 성능을 개선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사용자의 행동과 화면 속 상황을 실시간으로 이해하고 여러 앱을 넘나들며 작업을 수행하는 ‘에이전트형 AI 스마트폰’을 앞세워 애플 아이폰과의 AI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모습이다.

구글의 12일(현지시간) 픽셀 11, 픽셀 11 프로, 픽셀 11 프로 XL, 픽셀 11 프로 폴드 등 4종의 새로운 스마트폰을 공개했다.

이번 제품군의 가장 큰 특징은 하드웨어보다 스마트폰 전반에 깊숙이 통합된 ‘제미나이 인텔리전스(Gemini Intelligence)’다.

제미나이 인텔리전스는 사용자가 스마트폰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파악하고, 여러 앱과 서비스에 흩어진 정보를 연결해 필요한 작업까지 직접 처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메시지와 캘린더, 지도 등에서 정보를 종합해 여행 가능 시간을 확인하거나 이동 수단을 비교하고, 식당 예약을 시작하는 등의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특히 기존처럼 사용자가 별도의 챗봇을 열어 명령을 내려야 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자체에 AI를 깊숙이 통합한 것이 특징이다. 구글은 이를 통해 사용자가 정보를 검색하는 것을 넘어 AI에게 실제 작업을 맡기는 새로운 스마트폰 사용 방식을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구글 디바이스 부문을 이끄는 릭 오스터로 수석 부사장은 "최근 10~15년 동안 노트북과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방식 자체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며 "앞으로는 AI 에이전트가 이러한 사용 방식을 크게 바꿀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미나이 인텔리전스를 단순한 정보 검색 도구가 아니라 사용자가 원하는 일을 직접 처리하는 새로운 컴퓨터 인터페이스로 설명했다.

새로운 AI 기능 가운데 ‘램블러(Rambler)’도 눈에 띈다. 램블러는 사람들이 실제 대화에서 사용하는 자연스러운 말투와 표현을 정확하게 이해하도록 설계된 음성 입력·전사 기술이다. 여기에 사기나 피싱 등을 탐지하는 기능과 안드로이드 전반에 걸친 제미나이 통합도 강화됐다.

이번 픽셀 11 출시는 애플과의 AI 경쟁에서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애플은 조만간 구글의 제미나이 모델을 기반으로 AI 기능을 강화한 차세대 시리를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이 개인 정보와 화면 상황을 이해하고 여러 앱에서 작업을 수행하는 AI 비서를 아이폰에 적용하려는 만큼, 구글은 픽셀을 통해 미래형 스마트폰 경험을 먼저 제시하는 셈이다.

다만 구글은 픽셀과 아이폰의 AI 경험이 동일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스터로 부사장은 "안드로이드에만 제공되는 기능과 구글 서비스의 긴밀한 연동이 차별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러한 AI 기능이 실제 스마트폰 교체 수요로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현재 AI는 소비자가 스마트폰을 교체하는 이유 가운데 6~7위 수준에 머물고 있다.

다만 제미나이와 애플 인텔리전스가 발전하면서 최근 조사에서는 순위가 1~2단계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구체적인 AI 활용 사례가 늘어날수록 AI가 스마트폰 교체를 촉진하는 핵심 요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구글은 메모리 반도체 부족에 따른 가격 상승 압박에도 직면했다. 오스터로 부사장도 DRAM과 플래시 메모리 모두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전자제품 업계 전반에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다른 제조사들과 마찬가지로 앞으로 제품 가격을 올릴 가능성을 내비쳤다.

박찬 기자 cpark@ai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