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한때 ‘범용 부품’으로 취급했던 메모리 사업을 다시 전략적 핵심 분야로 주목하고 있다. 립부 탄 인텔 CEO는 새로운 메모리 아키텍처 개발을 자신이 관심을 두고 있는 핵심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로 언급하며, CPU와 메모리를 직접 결합하거나 메모리를 CPU 위에 쌓는 차세대 구조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립부 탄 CEO는 12일(현지시간) 테크서지(TechSurge) 팟캐스트에서 과거에는 메모리를 가격 경쟁이 치열한 범용 상품으로 보고 투자를 경계했지만, 최근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예전에는 메모리에 투자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달라졌다”는 취지로 설명하면서 새로운 메모리 기술과 아키텍처를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CPU와 메모리를 함께 적층하는 방식에 상당한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CPU와 메모리를 결합할 방법이 다양하다며 새로운 메모리 아키텍처를 개발할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이는 AI 가속기와 고성능 컴퓨팅에서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메모리 대역폭과 데이터 이동 병목을 해결하기 위한 접근으로 풀이된다.

현재 AI 칩 시장에서는 연산 성능뿐 아니라 GPU·CPU와 메모리 사이의 데이터 이동 속도와 전력 효율이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처럼 연산 칩과 메모리를 가깝게 배치하거나 적층하는 기술이 확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인텔이 CPU와 메모리를 더 밀접하게 결합하는 새로운 구조를 검토한다면 AI와 데이터센터용 칩 시장에서 차세대 메모리 기술 경쟁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

탄 CEO의 발언은 인텔이 공개한 XBM(eXtended Bandwidth Memory) 관련 특허와도 맞물린다. 이 특허는 기존 HBM에서 비용이 큰 실리콘 인터포저(silicon interposer)를 사용하지 않고 메모리 스택과 칩을 연결하는 새로운 구조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탄 CEO가 언급한 프로젝트가 직접적으로 연관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인텔이 메모리를 다시 주목하는 배경에는 최근 메모리 시장의 위상 변화도 있다. 오랫동안 DRAM과 NAND는 공급업체 간 가격 경쟁에 좌우되는 대표적인 범용 반도체로 평가됐지만, 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고성능 메모리 수요가 급증하면서 메모리가 반도체 산업의 전략적 자산으로 부상했다. 이에 따라 주요 DRAM 및 NAND 업체들의 수익성도 크게 개선되고 있다.

인텔은 사실 메모리에서 출발한 기업이다. 1968년 설립 당시 메모리 반도체를 주력으로 성장했지만, 1980년대 일본 업체들의 부상과 경쟁 심화로 막대한 손실을 입은 뒤 메모리 사업에서 철수했다. 이후에도 NAND와 옵테인(Optane), RDRAM 등 새로운 메모리 사업에 여러 차례 도전했지만 결국 관련 사업을 정리했다.

따라서 이번 발언이 인텔의 전통적인 메모리 사업에 대한 본격적인 복귀를 의미하는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메모리 제조 사업에 다시 뛰어들기 위해서는 경쟁력 있는 공정 기술을 확보하고 대규모 생산시설을 구축하기 위한 막대한 자본과 연구개발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인텔은 현재 파운드리 사업과 차세대 CPU 등 핵심 사업의 경쟁력 강화에도 상당한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탄 CEO도 이번 프로젝트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상용화 시점을 공개하지 않았다. 그가 언급한 ‘핵심 프로젝트’가 인텔 내부에서 직접 추진하는 사업인지, 자신이 투자한 다른 기업과 관련된 프로젝트인지도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

다만 탄 CEO는 과거 SK하이닉스를 이끌었던 이석희 전 CEO를 인텔에 영입한 사실을 직접 언급하면서 메모리 분야에 대한 인텔의 관심이 상당히 커졌음을 시사했다.

이 전 CEO의 합류와 새로운 메모리 아키텍처 검토가 맞물리면서 인텔이 단순한 메모리 구매·활용을 넘어 차세대 메모리 기술과 CPU의 결합 방식 자체를 다시 설계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박찬 기자 cpark@ai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