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트로픽이 AI 인프라·최적화 스타트업 데카르트AI(Decart AI)를 60억달러(약 8조원)에 인수하는 방안을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급증하는 AI 서비스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컴퓨팅 인프라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기술 확보에 나선 것으로, 성사되면 앤트로픽의 최대 규모 인수합병(M&A)이 될 전망이다.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앤트로픽은 데카르트 AI 인수를 놓고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협상이 결렬될 가능성도 있으며 최종 거래 조건과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 양사는 공식적인 논평을 내놓지 않았다.

데카르트 AI는 AI 모델뿐 아니라 AI 학습과 추론 과정에서 GPU 등 칩의 성능을 최대한 끌어내도록 지원하는 소프트웨어와 인프라 최적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기존 데이터센터와 AI 가속기의 활용 효율을 높여 같은 컴퓨팅 자원으로 더 많은 '클로드' 요청을 처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앤트로픽은 새로운 AI 모델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동시에 기업과 개인 고객의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막대한 컴퓨팅 자원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를 위해 수백억달러 규모의 데이터센터와 AI 칩 투자를 추진하고 있으며, 여러 하드웨어 공급업체의 인프라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컴퓨팅 능력을 확대하고 있다.

데카르트 AI의 기술은 이런 인프라 확장에 필요한 비용과 시간을 줄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AI 모델을 훈련하는 과정뿐 아니라 학습이 완료된 모델이 실제 사용자 요청에 응답하는 추론(inference) 단계에서도 반도체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최적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인수가 성사되면 앤트로픽의 추론 및 성능 조직(inference and performance organization)에 합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단순히 더 많은 GPU를 확보하는 것을 넘어, 기존 하드웨어에서 더 많은 AI 작업을 처리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기술을 핵심 경쟁력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한편, 데카르트 AI는 2023년 이스라엘 출신 엔지니어인 딘 라이터스도르프, 오리안 라이터스도르프 형제와 모셰 샬레브가 공동 창립했다. 이전에는 현실 세계를 시뮬레이션하는 월드 모델(world model) 개발로 유명했다.

대표 모델인 '루시(Lucy)'는 실시간 동영상에 AI를 적용해 고해상도 영상을 생성·편집할 수 있다. 사람이 촬영된 라이브 영상에 의류나 가방을 실제로 착용한 것처럼 보이는 영상을 실시간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 의류의 소재와 질감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것은 기존 가상 피팅 기술에서도 난도가 높은 영역으로 꼽혀왔다.

데카르트 AI는 자율주행과 로봇 분야를 위한 시뮬레이션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월드 모델은 실제 물리 환경을 모사하는 가상 환경을 생성해 자율주행 시스템이나 로봇 AI를 훈련하고 시험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이밖에 인플루언서와 광고업체 등이 실시간 영상 기술을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에는 3억달러(약 400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도 완료했다. 래디컬 벤처스가 주도한 투자에는 엔비디아를 비롯해 아트레이즈 매니지먼트, 밸러 에쿼티 파트너스, 어도비 벤처스 등이 참여했다. 기존 투자자인 세쿼이아 캐피털, 벤치마크, 지브 벤처스도 추가로 참여했다. 당시 기업 가치는 40억달러(약 5조6000억원)로 평가됐으며, 2025년 8월의 31억달러에서 크게 상승했다.

특히 엔비디아가 투자자라는 점도 이번 인수 협상에서 주목받고 있다. 데카르트 AI가 AI 칩의 활용 효율을 높이는 기술을 보유한 만큼, 엔비디아의 하드웨어 생태계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앤트로픽은 최근 자체 AI 칩 역량 강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주에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전반의 경험을 갖춘 엔지니어를 채용해 맞춤형 AI 칩과 AI 모델을 공동 설계하는 조직을 구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클로드의 실행 속도와 효율을 높이기 위해 모델과 컴퓨팅 하드웨어를 함께 최적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박찬 기자 cpark@ai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