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현대전과 안보 분야에서 전략적 중요성이 커진 드론을 둘러싸고 중국과의 기술 공급망 분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산 드론에 사실상 차별적인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서 미국 내 생산 확대와 동맹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중국산 드론과 핵심 부품에 최대 10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국가안보와 공급망 자립을 명분으로 미국의 중국산 드론 의존도를 낮추고 자국 드론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것으로, 사실상 세계 최대 드론 생산국인 중국을 겨냥한 조치로 평가된다. 미국과 중국 간 기술 공급망 분리가 드론 분야로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번 관세는 드론의 무게와 기능, 원산지에 따라 차등 적용된다. 최대 이륙중량이 25kg을 넘거나 열화상 기능 등 국가안보상 민감한 기술을 탑재한 드론에는 100% 관세가 부과된다. 25kg 이하의 일반적인 드론과 관련 부품에는 25%의 관세가 적용된다.
미국의 동맹국에서 생산된 제품에는 상대적으로 낮은 관세율이 적용된다. 유럽연합(EU), 일본, 리히텐슈타인, 한국, 스위스, 대만산 드론과 부품에는 15%의 관세가 부과되며, 영국산 제품에는 10%가 적용된다. 다만 해당 국가와 미국에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술이 생산됐다는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번 조치는 미국 내 드론 제조 역량을 확대하는 동시에 중국산 부품을 이용해 미국에서 조립하는 방식의 우회 수입을 차단하는 데도 목적이 있다. 미국은 앞서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중국 등 특정 국가의 신규 드론에 대한 통신 인증을 제한했지만, 기존 중국산 부품인 모터와 로터, 프레임 등을 수입해 미국에서 조립하는 방식까지 막지는 못했다. 이번 관세는 이러한 공급망의 ‘뒷문’을 차단하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정부는 외국산 드론에 대한 의존도가 상당하며, 드론과 관련 부품이 국가와 경제안보에 필수적인 기술이라고 판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무부의 조사를 근거로 드론이 현대전에서 핵심 기술이며 현재와 미래의 미군 작전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드론의 군사적 중요성이 급격히 커진 것도 미국이 관련 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려는 배경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소형 정찰·공격 드론이 전장 곳곳에서 활용되면서 무인항공기가 현대전의 핵심 전력으로 자리 잡았다. 미국 정부는 상업용 드론뿐 아니라 앞으로 국방 및 안보 분야에서 활용될 드론 공급망까지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산 드론은 미국 상업용 시장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해 왔다. 중국 드론 제조업체 DJI는 미국 상업용 드론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으며, 미국 정부는 중국산 드론과 부품에 대한 의존이 국가안보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속적으로 경고해 왔다.
이번 조치는 지난해 12월 FCC가 중국을 비롯한 일부 외국산 신규 드론에 대해 미국 내 통신 인증을 제한한 데 이어 나온 추가 규제다. 미국은 이후 중국산 로봇과 전력 인버터 등 다른 첨단 기술 제품에 대해서도 국가안보를 이유로 규제를 강화하면서 중국과의 기술 공급망 분리를 확대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동시에 미국 내 생산시설 확대를 지원하기 위한 ‘온쇼어링(onshoring)’ 프로그램도 추진한다. 상무부가 드론이나 핵심 부품 생산에 신규 투자를 단행하는 기업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관세를 통해 외국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낮추는 동시에 미국 기업의 생산 확대를 유도하려는 전략이다.
이번 관세는 1962년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국가안보 관세로 시행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철강과 알루미늄,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 등에 대해서도 같은 조항을 활용해 관세를 부과해 왔다. 특히 올해 2월 연방대법원이 대통령의 비상경제권한을 근거로 한 광범위한 글로벌 관세 가운데 일부를 무효화한 이후에도 232조에 따른 관세는 별도로 유지될 수 있어 법적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관세는 트럼프 대통령의 포고문 서명 이후 21일 뒤부터 대부분 시행된다. 국가안보상 특별히 민감하지 않은 일부 드론 부품에 대한 관세는 180일 뒤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중국도 이미 미국의 드론 관련 규제에 대응해 수출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이달 미국으로 수출되는 드론과 핵심 부품, 관련 기술 가운데 군사적 용도로 활용될 수 있는 제품에 대해 건별 심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양국이 서로의 드론 공급망을 제한하는 맞대응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중국의 드론 수출은 감소하는 추세다. 중국 세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미국으로 수출된 드론 규모는 5000만달러(약 700억원)로 1년 전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드론 관련 부품까지 포함하면 미국의 중국 의존도는 여전히 상당하지만, 미국의 규제와 중국의 수출 통제가 동시에 강화되면서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조치의 가장 직접적인 수혜자는 미국 드론 제조업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관세 발표 이후 미국 드론 기업과 부품업체들의 주가가 일제히 상승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지원하는 드론 부품업체 언유주얼 머신스의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했고, 레드캣 홀딩스와 에어로바이런먼트 등 미국 드론·방산 기업의 주가도 강세를 보였다.
반면 미국 기업과 정부 기관, 법 집행기관 등 드론을 대규모로 사용하는 수요처에는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중국산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은 미국이나 동맹국 제품으로 공급처를 전환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중국 기술 경쟁 전문가인 크레이그 싱글턴은 이번 조치가 "상업 및 정부 고객에게 상당한 비용을 수반하는 공급망 전환을 요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유럽연합(EU)도 이번 조치가 공급망에 미칠 영향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EU산 드론에 적용되는 15% 우대 관세의 구체적인 조건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동맹국에 낮은 관세율을 적용하면서 중국산 제품과의 가격 격차를 확대하려는 미국의 공급망 전략이 앞으로 국제 드론 시장의 생산 및 조달 구조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이번 관세 발표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나왔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미국과 중국은 기존 무역 합의를 유지하면서도 첨단기술 분야에서는 각자 공급망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드론은 상업용 제품인 동시에 군사·안보 분야에서 전략적 가치가 높은 기술이라는 점에서 양국의 기술 경쟁이 집중될 새로운 분야로 부상하고 있다.
박찬 기자 cpark@ai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