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가 '챗GPT'를 사용자의 컴퓨터 작업 맥락까지 지속적으로 이해하는 개인형 AI 비서로 확장하고 있다. 챗GPT가 맥(Mac)에서의 앱과 웹사이트 활동을 기억해 과거 업무를 찾아주고 반복 작업을 자동화할 수 있는 기능을 선보였다.
오픈AI는 14일(현지시간) 사용자가 맥에서 어떤 앱과 웹사이트를 이용했는지를 기억해 이후 대화와 작업에 활용하는 새로운 기능 ‘컴퓨터 히스토리(Computer History)’를 챗GPT 데스크톱 앱에 도입했다.
컴퓨터 히스토리는 오픈AI가 앞서 선보인 연구 프리뷰 ‘크로니클(Chronicle)’을 대체하는 기능이다. 크로니클이 사용자의 화면을 스크린샷으로 캡처해 작업 맥락을 파악했다면, 컴퓨터 히스토리는 맥OS의 접근성 시스템을 활용해 클릭, 키 입력, 키보드 단축키, 앱 전환 등 상호작용 이벤트를 기록한다. 오픈AI는 새로운 방식이 크로니클보다 토큰 사용량을 줄이면서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통제 기능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화면 자체를 캡처하지 않는 것이 기존 방식과의 중요한 차이점이다. 컴퓨터 히스토리는 스크린샷이나 화면 녹화, 마이크 입력, 시스템 오디오를 수집하지 않으며, 사용자가 비공개 브라우징 모드를 이용할 때의 활동도 기록하지 않는다. 수집된 이벤트는 주기적으로 텍스트 요약으로 변환되고, 이를 바탕으로 사용자의 맥에 마크다운(Markdown) 형식의 로컬 메모리 파일이 생성된다.
사용자는 새로운 타임라인 화면에서 자신의 활동을 날짜와 시간별로 되돌아볼 수 있다. 각 기록에는 작업 내용의 제목과 요약, 사용한 앱이나 웹사이트 등이 표시된다. 이를 통해 “마지막 휴식 전에 무엇을 하고 있었나” “오늘 작업한 업무와 진행 상황을 정리해 달라” “어제 무엇을 했는지 요약해 달라”와 같은 질문을 챗GPT에 할 수 있다.
또 다른 핵심 기능은 반복적인 업무 흐름을 찾아내는 것이다. 챗GPT가 사용자가 반복적으로 수행하는 작업 패턴을 발견하면 타임라인에서 ‘스킬(Skill)’이나 자동화 아이디어를 제안할 수 있다.
사용자는 이를 바탕으로 '코덱스'에 재사용 가능한 템플릿이나 작업 흐름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문서 편집기와 웹브라우저, 프로젝트 관리 프로그램을 반복적으로 오가는 업무 패턴을 하나의 자동화된 작업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
활용 사례로는 최근 편집한 문서를 찾거나, 업무 보고를 위한 스탠드업 요약을 만드는 등의 작업이 제시했다. 사용자가 과거 작업에 필요한 파일이나 정보를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컴퓨터 히스토리가 기록된 활동을 바탕으로 관련 자료를 찾고 현재 작업과 연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매번 챗GPT에 과거 상황과 업무 배경을 일일이 설명하거나 관련 문서를 직접 첨부해야 했던 부담을 줄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다만 컴퓨터 히스토리는 단순한 생산성 기능을 넘어 사용자의 컴퓨터 이용 행태를 지속적으로 기록한다는 점에서 상당한 개인정보 보호 문제를 안고 있다. 업무 문서뿐 아니라 개인 메시지, 금융정보, 건강정보, 고객정보, 기업 기밀 등 민감한 내용이 기록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고려해 컴퓨터 히스토리를 기본적으로 활성화하지 않고 사용자가 직접 동의해야 하는 선택형 기능으로 제공한다. 사용자는 기록 대상이 되는 앱과 웹사이트를 포함 목록과 제외 목록으로 관리할 수 있으며, 맥OS 메뉴 막대에서 언제든 기록을 일시 중지하거나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이미 기록된 활동의 일부나 전체를 삭제하는 것도 가능하다.
기업용 환경에서는 추가적인 승인 절차도 필요하다. 비즈니스 및 엔터프라이즈 워크스페이스에서는 관리자가 먼저 기능 사용을 허용해야 하며, 관리자가 활성화했다고 해서 직원에게 자동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각 사용자가 개별적으로 동의해야 한다. 또 컴퓨터 히스토리는 챗GPT의 메모리 기능이 켜져 있어야 사용할 수 있다.
저장 방식에는 주의할 부분이 있다. 오픈AI에 따르면, 임시 이벤트 파일은 맥의 챗GPT 앱 그룹 내부에 저장되며 48시간이 지나면 삭제된다. 하지만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생성된 메모리 파일은 사용자가 직접 삭제할 때까지 로컬 파일 시스템에 평문 마크다운 형태로 남는다. 특히 이 파일들은 컴퓨터 히스토리 자체에 의해 암호화되지 않기 때문에 동일한 맥OS 사용자 계정으로 실행되는 다른 프로그램이 접근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오픈AI는 임시 이벤트 파일을 메모리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자체 서버를 이용하지만, 법률상 의무가 없는 한 처리 이후 해당 이벤트 파일을 보관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컴퓨터 히스토리를 통해 생성된 파일 자체는 AI 모델 훈련에 사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이후 챗GPT 대화에서 해당 메모리가 맥락으로 활용되면, 그 대화 내용은 사용자의 데이터 관리 설정에 따라 AI 훈련에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
보안 측면에서는 프롬프트 인젝션(prompt injection) 위험도 지적된다. 컴퓨터 히스토리가 웹사이트와 앱에서 발생하는 콘텐츠와 상호작용을 맥락으로 활용하기 때문에, 악성 지시문이 포함된 웹페이지 등이 챗GPT나 코덱스를 속여 의도하지 않은 행동을 하도록 유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오픈AI도 이런 위험을 공식 문서에서 별도로 경고했다.
특히 메시징이나 커뮤니케이션 앱을 사용할 때 대화에 참여한 모든 사람의 명시적인 동의를 받을 것을 권고했다. 건강·금융·개인정보처럼 민감한 데이터를 다루는 앱에 대해서는 기록을 일시 중지하거나 아예 제외 목록에 넣을 것을 권장했다.
컴퓨터 히스토리는 현재 챗GPT 맥 앱에서 프로, 비즈니스, 엔터프라이즈 가입자를 대상으로 제공된다. 유럽경제지역(EEA), 영국, 스위스에서는 아직 이용할 수 없으며 앞으로 몇 주 안에 지원될 예정이다.
무료, 플러스, 고(Go), 교육 사용자에게는 현재 제공되지 않는다. 윈도우용 챗GPT 데스크톱 앱에도 기능이 아직 출시되지 않았으며, 구체적인 출시 일정은 밝히지 않았다.
박찬 기자 cpark@ai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