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가 엔비디아와 손잡고 AI 데이터센터용 차세대 컴퓨팅 플랫폼을 우주 환경에 맞게 개조한 ‘베라 루빈(Vera Rubin) NVL72’ 시스템을 개발한다. 이를 첫 세대 ‘스타마인드(Starmind)’ AI 위성에 탑재해 2027년 4분기 궤도에 발사할 계획이며, 2028년부터는 우주 기반 AI 컴퓨팅 인프라를 상당한 규모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엔비디아는 24일(현지시간) 스페이스XAI가 차세대 에이전틱 AI 애플리케이션을 가속하기 위해 베라 CPU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베라 CPU는 AI 모델의 추론 결과를 생성하는 역할을 넘어, AI 에이전트가 실제 작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도구 호출, 코드 실행, 데이터 처리, 작업 오케스트레이션, 시뮬레이션 등을 담당하도록 설계된 프로세서다.

스페이스XAI는 우선 지구상의 AI 인프라에서 베라 루빈 플랫폼을 활용해 ‘그록(Grok)’을 뒷받침하는 컴퓨팅 역량을 확대할 예정이다. 이후 같은 아키텍처를 우주로 확장해 궤도에서 AI 연산을 수행하는 새로운 컴퓨팅 환경을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핵심은 엔비디아의 베라 루빈 NVL72 랙 시스템을 우주 환경에 맞게 최적화하는 것이다. 일반적인 데이터센터와 달리 우주에서는 전력 공급과 열 관리, 통신 대역폭, 시스템 신뢰성, 물리적 공간 등이 모두 극단적인 제약 조건으로 작용한다. 스페이스X와 엔비디아는 NVL72의 컴퓨팅 구조와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유지하면서도 이러한 궤도 환경에 대응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공동 설계하고 있다.

첫 번째 적용 대상은 스페이스XAI가 개발 중인 스타마인드 AI 위성이다. 이 위성에는 우주용으로 최적화된 베라 루빈 NVL72 시스템이 탑재될 예정이다. 계획대로라면 2027년 4분기 첫 시스템을 궤도에 올린 뒤 2028년부터 배치 규모를 크게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프로젝트는 AI 컴퓨팅의 무대를 지상 데이터센터에서 우주로 확장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지금까지 AI 모델의 학습과 추론은 대규모 전력과 냉각 설비를 갖춘 지상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이뤄졌지만, 스페이스X는 위성 자체에서 AI 연산을 수행함으로써 우주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지상으로 전송하기 전에 처리하는 새로운 형태의 ‘궤도 AI 인프라’를 구축하려는 것이다.

특히 AI 에이전트가 복잡한 작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CPU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AI 에이전트는 모델의 답변 생성뿐 아니라 코드를 실행하고 외부 도구를 호출하며 데이터를 분석하고 결과를 검증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이 때문에 GPU의 연산 능력뿐 아니라 GPU가 작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공급하고 전체 작업 흐름을 조율하는 CPU 성능도 중요해지고 있다.

엔비디아에 따르면, 베라 CPU에는 자체 설계한 88개의 올림푸스(Olympus) 코어와 공간 다중 스레딩 기술, 고대역폭 LPDDR5X 메모리가 적용됐다. 메모리 대역폭은 최대 초당 1.2TB에 달하며, 에이전틱 AI와 강화학습, 데이터 처리 등의 작업에서 기존 x86 CPU보다 최대 1.8배 빠른 작업 완료 성능을 제공하도록 설계됐다.

스페이스XAI는 베라 CPU가 대규모 오케스트레이션과 코드 실행, 데이터 처리 작업을 담당함으로써 GPU가 AI 모델 추론이라는 본연의 작업에 집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같은 전력으로 더 많은 AI 에이전트 작업을 처리하고, 전체 시스템의 연산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엔비디아는 베라 루빈 플랫폼 자체도 컴퓨팅, 네트워킹, 소프트웨어를 하나의 구조로 통합해 대규모 AI 인프라의 성능과 전력 효율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가속 컴퓨팅과 NV링크 인터커넥트, 스펙트럼-X 이더넷, 블루필드 데이터 처리 장치 및 관련 소프트웨어를 결합해 AI 모델의 학습부터 추론까지 전체 작업을 최적화하는 방식이다.

스페이스XAI는 앞으로 수십억와트(GW) 규모로 AI 컴퓨팅 능력을 확대하는 동시에 이를 지상 데이터센터에만 한정하지 않고 우주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베라 CPU는 에이전틱 AI의 작업 처리에, 베라 루빈은 그록과 대규모 AI 공장을 구동하는 데 활용되고, 동일한 컴퓨팅 아키텍처가 궁극적으로 궤도상의 AI 인프라까지 연결하는 구조가 될 전망이다.

박찬 기자 cpark@ai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