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트로픽 출신의 핵심 연구원들이 설립한 AI 스타트업 미렌딜(Mirendil)이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오픈소스 개발자와 과학자들이 자체적인 AI 모델을 직접 구축할 수 있도록 돕는 'AI를 만드는 AI' 개발이 목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렌딜은 최근 앤드리슨 호로비츠와 클라이너 퍼킨스, 엔비디아 등으로부터 2억달러(약 3083억원) 규모의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 

이번 투자에서 미렌딜은 기업 가치 10억달러(약 1조5414억원)를 인정받으며 단숨에 유니콘 기업 반열에 올랐다. 최근 신생 AI 기업의 시드 투자 규모 중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초대형 규모다.

미렌딜의 공동 창립자인 베남 네이샤부르 CEO와 하르시 메타는 AI 모델 작동 원리 연구로 업계에서 이름을 알린 인물들이다. 이들은 2019년 구글에서 만난 뒤, 2024년 말 앤트로픽으로 자리를 옮겨 '클로드 오퍼스 4.5' 출시 직후인 2025년 12월까지 핵심 연구원으로 활약했다. 창립 멤버에는 xAI 초기 멤버인 샤얀 살레히안과 MIT 출신의 타라 레자이 등도 합류했다.

현재 오픈AI, 앤트로픽 등 글로벌 선두 AI 연구소들은 자체 AI 모델의 성능을 고도화하기 위해 AI가 스스로 코드를 작성하고 개선하는 '재귀적 자기 개선(Recursive Self-Improvement)' 기법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앤트로픽은 이미 사내 코드의 80% 이상을 클로드가 작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들은 서비스 약관을 통해 외부 개발자가 자사 도구를 활용해 경쟁 제품이나 고성능 AI를 개발하는 것을 철저히 금지하는 등 기술 장벽을 높이고 있다.

미렌딜은 이러한 빅테크의 독점적 구조를 깨고 오픈소스 생태계를 활성화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네이샤부르 CEO는 "우리가 하는 일은 특정 과학 분야에 특화된 AI를 직접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과학자들이 스스로 AI를 만들 수 있도록 돕는 도구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앤드리슨 호로비츠의 투자자 매트 본스타인은 "선두 연구소들이 경쟁자의 성장을 막기 위해 폐쇄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은 상업적으로 당연한 선택"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미렌딜과 같은 독립적인 스타트업의 존재가 구조적으로 반드시 필요했다"고 투자 배경을 밝혔다.

미렌딜은 의학 연구소나 생물학자들이 미렌딜의 플랫폼을 활용해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을 예측하는 전문 AI 모델을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설명했다.

AI가 인간의 개입 없이 스스로 코드를 재작성하며 통제 불능 상태로 진화할 수 있다는 위험성 때문에, 일부에서는 재귀적 자기 개선에 우려를 표하기도 한다. 그러나 미렌딜은 이것이 과학 발전을 가속화할 가장 빠른 경로이며, 인간의 안전한 감독 하에 충분히 통제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한편, 미렌딜이라는 이름은 J.R.R. 톨킨의 세계관 속 요정어로 '소중한 것들의 친구'라는 뜻이다. 이들은 현재 샌프란시스코에 사무실을 두고 20여명의 기술 연구진과 초기 모델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앞으로 몇 달 안에 첫 번째 AI 모델과 제품을 출시해 사용자 피드백을 수집할 계획이다.

임대준 기자 ydj@ai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