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가 미국의 첨단 AI 기술 접근 제한에 대응하기 위해 유럽연합(EU) 내 앤트로픽 연구소 유치를 검토하자고 공식 제안했다.
28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알렉산더 프뢸 오스트리아 디지털화 담당 국무장관은 헤나 비르쿠넨 EU 집행위원회 기술 담당 수석 부집행위원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앤트로픽의 전략적 설립과 EU의 참여 방안을 검토하자"라고 제안했다.
프뢸 장관은 EU가 앤트로픽에 법적 안정성, 시장 접근성, 투자 자본, 그리고 기업의 가치관에 부합하는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며 유럽 내 거점 마련 가능성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앤트로픽을 유럽에 유치하거나 운영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별도의 실행 방안을 제시하지 않았으며, 현실성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한다는 점도 인정했다.
그는 "진짜 질문은 이것이 쉬운 일이냐가 아니라, 유럽이 기술적 미래를 스스로 설계할 것인지, 아니면 다른 곳에서 내려진 결정을 관리하는 역할에 머물 것인지에 관한 것"이라며 기술 주권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번 제안은 미국이 이달 초 외국인의 앤트로픽 최신 AI 모델 접근을 제한하는 조치를 시행한 이후 나왔다. 이에 따라 EU는 주요 AI 혁신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한 대응 방안을 미국과 논의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동시에 미국은 반도체 공급망 안보 강화를 위해 EU에 AI 협력 파트너십 참여를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중 기술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AI와 반도체를 둘러싼 국제 협력과 견제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오스트리아의 제안은 최근 EU가 추진하고 있는 기술 자립 전략과도 맥을 같이한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이달 초 미국 빅테크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클라우드, AI,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는 새로운 법안을 제안했다. 이는 유럽의 디지털 규제를 비판해 온 미국 정부와의 긴장 속에서도 자체 기술 생태계 구축을 가속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프뢸 장관은 세계 최고 수준의 AI 기업인 앤트로픽이 유럽에 거점을 마련하면, 유럽 AI 생태계의 경쟁력을 높이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앤트로픽이 유럽의 자체 AI 기업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우수 인재를 유치하고 자본을 유럽에 머물게 하며 글로벌 기술 표준을 형성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앤트로픽은 별도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박찬 기자 cpark@ai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