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

주요 AI 기업들이 안전 확보를 명목으로 제시한 '개발 속도 조절' 구상이 반독점법 위반 논란에 휩싸였다. 안전장치 마련을 위한 업계 자율 협력을 선언한 지 불과 일주일 만에 소비자들로부터 담합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AP와 CBS 뉴스 등에 따르면, 1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 지방법원에는 챗GPT와 클로드, 제미나이, 그록 등 주요 AI 서비스의 유료 구독자 4명이 소장을 제출했다. 이들은 미국의 유료 구독자들을 대표해 앤트로픽과 오픈AI, 구글, 스페이스XAI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원고 측은 이들 기업이 모델 성능 향상 속도를 인위적으로 제한하기로 합의함으로써 반독점법을 위반하고, 유료 구독자가 받는 서비스의 가치를 저해했다고 주장했다.

원고 중 한 명인 샤이엔 헌트 변호사는 "기업들이 자신들의 제품이 인류 멸종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진심으로 믿는다면, 그 대책을 네 명의 CEO가 밀실에서 결정해서는 안 된다"라며 "진정 필요한 것은 엄격한 국가적 AI 안전 기준이지, 억만장자 카르텔이 밀실에서 맺은 거래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안전 기준 적용을 두고 경쟁하지 않기로 합의한 것은 명백한 카르텔 행위"라고 지적했다.

원고 측 대리인을 맡은 '정의를 위한 재판 변호사회'의 닉 로울리 수석 변호사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영리 목적으로 설립된 테크 기업 간의 사적이고 자의적인 합의에 AI 안전과 프로토콜이 맡겨진다면 AI는 인간의 통제를 벗어날 것"이라며 "인류는 철통같은 안전장치를 보장받아야 하며, 법의 테두리 안에서 정부가 투명하게 규제를 확립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번 소비자 집단소송에 앞서, 이미 미국의 규제 당국과 업계에서는 AI 기업들의 '반독점법 면제' 요구에 강한 경계감을 드러내며 담합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었다. 이는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CEO가 업계의 AI 안전 협의를 위해 반독점 면제 조치가 필요하다고 언급한 데 따른 것이다.

앤드류 퍼거슨 미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은 "기업들이 워싱턴에 와서 AI 규제와 반독점법 면제를 요구한다면 경고등이 켜지는 것"이라며 "자신들의 기득권을 보호하기 위한 진입 장벽을 요구하는 것으로, 모두가 깊은 의심을 품어야 한다"라고 비판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도 앤트로픽의 제안을 "전적으로 불필요하다"라며 비난했다. "제품을 출시하기 전에 기본적인 엔지니어링 작업을 제대로 수행하도록 하기 위해 새로운 반독점법이나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불필요하다"라며 "안전은 새로운 법률이 아닌 엔지니어링과 테스트의 문제로,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준비될 때까지 계속 테스트하면 된다"라고 지적했다.

미 법무부(DOJ) 반독점 부문 관계자들은 AI 기업들로부터 면담 요청을 받은 바 없다고 밝히면서도, 기존 사이버 보안 지침처럼 기업 간 안전 관련 협력이 현행 반독점법 틀 안에서 가능한지 여부를 주시하고 있다. 스탠리 우드워드 법무부 차관보는 "사이버 보안 위협 정보 공유 지침처럼 AI 분야에서도 부처 간 지침을 업데이트할지 검토 중"이라면서도 사적 합의를 통한 반경쟁적 행위 가능성을 경계했다.

원고 측은 소장에서 "반독점법은 경쟁사들이 스스로 경쟁이 위험하다고 판단해 담합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라며 "개별 기업의 자율적 결정을 넘어 경쟁사 간 합의로 개발 속도를 늦추는 것은 소비자에게 반경쟁적인 영향만 미친다"라고 재차 지적했다.

이번 집단소송은 AI 위험에 대응하기 위한 기업 간 자율 협력이 사적 담합으로 간주될 수 있다는 법적 선례를 남길 수 있어, 향후 글로벌 AI 규제 및 입법 논의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임대준 기자 ydj@ai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