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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 물리학자이자 과학 작가 맷 폰 히펠이 현대 AI의 능력 한계를 시험하기 위해 제기했던 물리학 난제 도전 과제가 앤트로픽의 '클로드'에 의해 한 달 만에 정복됐다.
앤트로픽은 25일(현지시간) 과학 연구 플랫폼 ‘클로드 사이언스(Claude Science)’에서 클로드 페이블 5.1이 이론물리학의 고난도 계산 과제인 ‘9루프 산란 진폭(nine-loop scattering amplitude)’ 계산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기존 최고 기록인 8루프를 넘어선 결과다.
이번 계산은 평면 N=4 양-밀스(planar N=4 super Yang-Mills) 이론에서 6개 입자가 상호작용하는 9루프 산란 진폭을 구하는 작업이다.
산란 진폭은 소립자가 충돌하거나 상호작용할 때 특정 반응이 일어날 가능성을 계산하는 공식이다. 계산에 포함하는 ‘루프’가 많아질수록 실제 물리적 상황을 더 정밀하게 반영할 수 있지만, 필요한 연산량도 크게 늘어난다. 실제 산란 진폭 계산은 대부분 2~3루프 수준에서 이뤄지고, 일부 고난도 계산에서 5루프까지 도달한 사례가 있다.
이번 도전은 폰 히펠이 제시한 공개 과제에서 출발했다. 그는 AI가 대학 연구자가 현실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제한된 컴퓨팅 자원과 비용으로 산란 진폭 분야의 미해결 문제를 풀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N=4 초양-밀스 이론의 9루프 계산을 과제로 제시했다.
앤트로픽 연구진 리엄 피츠패트릭과 싯다르트 미슈라-샤르마는 클로드에 9루프 문제를 설명하는 간단한 시작 프롬프트를 입력한 뒤 지속적으로 작업을 이어가도록 했다. 연구진이 몇 시간 간격으로 진행 상황을 확인하는 지시를 내린 것을 제외하면 클로드가 상당 부분의 계산을 자율적으로 수행했다.
클로드는 기존 연구진이 개발한 ‘부트스트랩’ 방법을 활용해 계산을 진행했다. 이 방법은 가능한 모든 입자 상호작용을 직접 계산하는 대신, 답이 가져야 할 형태를 정해놓고 기존 계산 결과와 물리학적 규칙 등 다양한 조건을 차례로 적용해 가능한 해를 좁혀가는 방식이다. 이 방법과 함께 관련된 ‘폼 팩터(form factor)’를 이용하는 간접적인 방법으로도 계산을 수행해 결과를 교차 확인했다.
계산에는 파이썬과 심파이(SymPy)를 활용한 연산 파이프라인과 96개의 CPU가 투입됐다. 부트스트랩 계산에 사용된 컴퓨팅 비용은 100달러였으며, 클로드를 장시간 실행하는 비용까지 포함해 최종적으로 사용자가 직접 실행할 경우 전체 비용은 약 1000~2000달러 수준으로 추산됐다. 계산에는 일주일이 걸렸다.
계산 결과는 SLAC 국립가속기연구소의 이론물리학자 랜스 딕슨이 독립적으로 검증했다. 딕슨은 앞서 이 분야의 8루프 기록을 세운 연구자 가운데 한 명이다. 그는 클로드가 자신과 공동연구자들이 과거에 개발한 방법을 이용해 9루프 산란 진폭을 직접 계산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번 결과가 단순히 ‘AI가 새로운 물리학 이론을 발견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클로드는 기존 연구자들이 개발해 놓은 계산법과 물리학적 제약 조건을 활용해 복잡한 계산 과정을 자동화하고 실행했다. 딕슨도 클로드가 새로운 물리 원리나 방법을 먼저 제시한 것이 아니라 기존 연구를 바탕으로 결과를 도출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연구진은 복잡한 계산 절차를 상당 부분 외부의 과학적 감독 없이 끝까지 수행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9루프 계산은 작은 오류 하나만 생겨도 전체 결과가 무너질 정도로 민감한 작업인데, 클로드가 필요한 코드를 직접 작성하고 컴퓨팅 자원을 조직해 계산을 완료했다는 것이다.
박찬 기자 cpark@ai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