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현 한국딥러닝 미래AI개발팀장 (사진=한국딥러닝)
김동현 한국딥러닝 미래AI개발팀장 (사진=한국딥러닝)

■ AI-Ready Data에서 ‘Agent-Ready Data’로 기준이 바뀌고 있습니다

기업 AI의 관심이 모델에서 데이터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성능이 좋은 LLM을 도입해도 기업 내부 데이터의 품질이 낮거나 의미와 맥락이 정리돼 있지 않으면 실제 업무에 활용하기 어렵다는 경험이 쌓이면서 ‘AI-레디 데이터(Ready Data)’가 기업 AX의 주요 과제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런데 AI가 질문에 답하는 단계를 넘어 실제 업무를 수행하기 시작하면서 데이터가 갖춰야 할 조건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가트너는 지난 8월27일 ‘AI-레디 데이터는 에이전트-레디 데이터로 확장돼야 한다(AI-Ready Data Needs to Expand to Agent-Ready Data)’라는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기업의 데이터와 데이터 관리 체계가 에이전틱 AI의 요구사항을 지원할 수 있어야 하며, 에이전트가 데이터를 적절하게 사용하는지까지 평가해야 한다고 제시한 것입니다. 데이터가 에이전틱 AI에 적합한지를 평가하지 않으면 부정확한 응답이나 데이터 오용 같은 예측하기 어려운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가트너가 제시한 핵심은 데이터 품질을 준비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기업의 데이터 관리 체계가 에이전트의 데이터 활용 방식까지 지원하고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기업 업무에 대입하면 질문도 달라집니다. “AI가 이 데이터를 이해할 수 있는가”를 넘어 “이 데이터로 현재 업무 상태를 판단하고 다음 처리를 결정할 수 있는가”를 봐야 합니다.

■ 에이전트에게 필요한 것은 정보가 아니라 ‘업무 상태’입니다

에이전트-레디 데이터는 에이전트가 판단과 행동에 사용할 수 있도록 데이터의 의미와 관계, 근거와 적용 조건이 연결된 상태에 가깝습니다. 기업 업무에서는 데이터가 어떤 업무 대상에 속하고, 현재 어떤 조건을 충족하고 있는지까지 판단할 수 있어야 합니다.

금융권의 기업대출 심사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은행 내부 시스템에는 고객정보와 거래내역, 기존 대출금액, 신용정보 등이 정형 데이터로 관리되고 있습니다. 실제 심사에서는 사업자등록증과 재무제표, 납세증명서, 신청서와 각종 증빙자료도 함께 활용됩니다. AI가 각각의 시스템과 문서에서 필요한 값을 찾을 수 있다고 해도 이것만으로 심사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납세증명서가 접수됐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것은 해당 서류가 현재 신청 기업의 것인지, 유효한지, 다른 서류의 법인정보와 일치하는지입니다. 조건을 충족하면 ‘심사 가능’ 상태로 넘어갈 수 있지만, 값이 충돌하거나 자료가 빠져 있다면 ‘보완 필요’나 ‘담당자 확인’으로 이동해야 합니다.

즉, 에이전트가 실제 업무를 수행하려면 단순히 값을 읽는 것이 아니라 근거와 업무 규칙을 바탕으로 현재 상태를 판단하고, 새로운 정보가 들어올 때 그 상태를 갱신할 수 있어야 합니다. 기업 업무에서 에이전트-레디 데이터는 AI가 업무 상태 변화를 판단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구성하는 문제로 구체화됩니다.

■ 문서는 업무 상태를 바꾸는 ‘근거’가 됩니다

기업의 업무 상태를 결정하는 근거는 정형 데이터베이스에만 존재하지 않습니다. 신청 내용과 재무상태, 증빙, 계약 조건과 예외사항은 신청서와 재무제표, 증명서, 약정서 등 다양한 문서에 담겨 있습니다.

따라서 문서에서 값을 추출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어느 문서의 어느 위치에서 나온 값인지, 어떤 기업과 신청 건에 속하는지가 함께 연결돼야 합니다. 서로 다른 문서와 내부 시스템에서 같은 항목이 들어오면 사업자번호와 기준일, 금액 등을 기준으로 동일한 업무 건의 정보인지 확인하고, 값의 일치 여부와 필수 서류 충족 여부를 검증해야 합니다.

그 결과에 현재의 업무 규칙을 적용해 ‘심사 가능’, ‘자료 보완’, ‘담당자 확인’처럼 처리 상태를 갱신합니다. 이때 값뿐만 아니라 출처, 업무 대상과의 관계, 검증 결과, 적용 규칙, 현재 상태가 함께 유지돼야 합니다. 그래야 새로운 문서가 들어왔을 때 에이전트가 기존 업무 상태를 다시 판단하고 다음 행동을 결정할 수 있습니다.

결국 문서는 에이전트에게 단순한 정보원이 아니라 업무 상태를 변화시키는 근거(Evidence)가 됩니다.

■ 업무가 바뀌면 상태를 결정하는 규칙도 바뀌어야 합니다

에이전트-레디 데이터는 한 번 구성했다고 끝나지 않습니다. 심사 기준이 달라지면 같은 재무제표와 증빙자료를 보더라도 이전에는 ‘심사 가능’이었던 업무가 ‘추가 확인 필요’로 바뀔 수 있습니다.

따라서 업무 규칙이 변경됐을 때 동일한 업무 건의 상태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검증할 수 있어야 하고, 판단에 사용된 근거와 규칙도 추적돼야 합니다. 에이전트-레디 데이터는 데이터를 한 번 잘 정리하는 문제가 아니라, 업무가 변해도 올바른 상태 판단을 유지하는 문제입니다.

■ 이제는 질문을 바꿀 때입니다

생성 AI 시대에는 문서를 얼마나 정확하게 읽고 필요한 정보를 찾아주는지가 중요했습니다. 에이전트가 업무를 수행하는 단계에서는 그 정보가 어떤 근거인지, 현재 업무 상태를 어떻게 바꾸는지, 어떤 다음 행동으로 이어지는지까지 연결돼야 합니다.

따라서 기업이 물어야 할 질문도 달라집니다. “우리 데이터를 AI가 읽을 수 있는가”가 아니라 “이 데이터를 근거로 AI가 현재 업무 상태를 판단하고 다음 업무까지 이어갈 수 있는가”로.

판단의 근거가 여전히 신청서와 증빙자료, 계약서에 남아 있는 기업이라면 먼저 확인해야 할 것도 분명합니다. "그 문서들은 지금 AI가 읽을 수 있는가가 아니라, 업무의 다음 상태를 결정할 수 있는 데이터인가."

김동현 한국딥러닝 미래AI개발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