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AI 모델 경쟁에 게임과 음식 배달 분야의 대기업들까지 가세하고 있다. 기존 빅테크와 AI 전문 스타트업이 경쟁하는 가운데, 자금력과 자체 서비스 기반을 갖춘 기업들이 독자 모델 개발을 확대하며 경쟁 구도가 더 치열해지는 모습이다.
디인포메이션은 9일(현지시간) 미호요와 메이투안이 자체 대형언어모델(LLM) 개발을 강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외부 AI 서비스를 활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핵심 기술을 직접 확보해 기존 사업과 미래 서비스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원신’ 개발사인 미호요는 향후 수년 안에 중국 최고 수준의 AI 연구소로 성장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향후 3년간 AI 개발에 최대 1000억위안을 투자할 계획이며, 공동 창업자 차이하오위가 핵심 모델 개발팀을 이끌고 있다. 경쟁력 있는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엔비디아의 최신 블랙웰 칩 확보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최대 음식 배달·지역 서비스 기업인 메이투안도 지난 6월 자체 모델의 개선 버전인 ‘롱캣 2.0’을 선보였다. 왕싱 공동 창업자 겸 CEO는 기존 사업을 방어하는 데 머무르기보다 자체 모델에 적극 투자해야 AI 시대에 생존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자체 모델 확보가 장기적인 비용 관리에도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스마트폰과 전기차를 판매하는 샤오미는 이미 세계적인 수준의 모델 ‘미모(MiMo)’를 내놓고 기기와 차량에 통합하려 하고 있다. 지난해 딥시크의 주요 연구원을 영입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최신 모델 ‘미모-V2.6-프로’를 공개했다. 하드웨어와 AI를 함께 개발해 제품 전반의 사용자 경험을 강화하려는 구상이다.
이들의 가세로 중국 AI 시장에서는 기존 사업에서 얻은 수익을 연구개발에 투입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바이트댄스와 알리바바, 텐센트는 이미 대규모 서비스와 자금력을 바탕으로 모델 개발을 지속하고 있다. 여기에 딥시크와 지푸 AI, 미니맥스, 문샷 AI, 스텝펀 등 AI 전문 기업들이 맞서며 신모델 출시 때마다 성능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에서는 아직 특정 기업이 확고한 기술 우위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재 확보와 가격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후발 기업들도 투자를 이어가며 선두권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독자 모델 개발을 선호하는 배경에는 외부 플랫폼에 대한 의존을 줄이려는 계산이 있다. AI가 스마트폰과 자동차, 게임, 전자상거래 등 기존 사업의 핵심 기능으로 자리 잡을수록 다른 기업의 모델에 의존하는 것이 장기적인 위험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 사업에서의 경쟁 관계도 영향을 미친다. 메이투안과 알리바바는 배달 시장에서, 미호요와 텐센트는 게임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다. 경쟁사의 AI 기술을 도입하거나 해당 기업을 인수하기보다 자체 개발을 선호한다는 분석이다.
모델 개발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요인으로는 ‘증류’ 기술이 꼽힌다. 고성능 모델의 출력 등을 활용해 다른 모델을 학습시키는 방식으로, 제한된 자원으로 성능을 높이는 데 활용된다. 첨단 칩 확보에 제약을 받는 중국 연구소들이 이런 기법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유사한 학습 전략이 확대될수록 모델 간 차별화는 어려워질 수 있다. 성능 격차가 좁아진 상황에서는 서비스와의 결합, 운영 비용, 실제 이용자 확보가 경쟁력을 가르는 요소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인수합병(M&A)을 통한 시장 통합도 더디다. 알리바바와 텐센트는 여러 AI 기업에 소수 지분을 투자했지만, 이를 대규모 인수로 연결하지는 않았다. 창업자와 투자자들이 기업공개(IPO)를 선호하고, 인수 기업은 높은 전략적 프리미엄을 지불하는 데 소극적이라는 점도 통합을 어렵게 하는 배경으로 지목된다.
결국 중국 AI 시장은 2023년 이른바 ‘100개 모델 전쟁’ 당시보다 참여 기업은 줄었지만, 유력 기업들이 독자 개발을 지속하는 다자 경쟁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게임과 기기, 생활 서비스 기업까지 뛰어들면서 경쟁의 초점은 모델 성능을 넘어 실제 사업에서 AI의 가치를 입증하는 단계로 확대되고 있다.
한편, 파이낸셜타임스(FT)는 8일 중국이 풍부한 전력과 저렴한 토지를 앞세워 내몽골 등 내륙 지역의 데이터센터 건설을 확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모델 개발 경쟁을 뒷받침할 인프라는 빠르게 늘고 있지만, 시설에 투입할 고성능 AI 칩 확보는 여전히 핵심 과제로 남아 있다.
임대준 기자 ydj@ai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