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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가 차세대 AI GPU '루빈 울트라(Rubin Ultra)'에 탑재할 고대역폭메모리(HBM) 사양을 대폭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차세대 HBM4E 공급 부족이 예상보다 심각해지면서 당초 계획했던 1테라바이트(TB) 메모리 구성을 유지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6일(현지시간) 디 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최근 몇 주 동안 메모리 구성을 변경한 루빈 울트라 프로토타입 최소 3종을 시험하고 있다. 일부 시제품은 기존에 공개했던 사양보다 메모리 용량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엔비디아는 지난해 'GTC'에서 루빈 울트라가 최신 HBM4E 메모리 16개 스택을 탑재해 총 1TB의 메모리를 제공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HBM4E는 기존 HBM4보다 더 높은 대역폭과 전력 효율, 집적도를 갖춘 차세대 AI 메모리다.

그러나 현재 시험 중인 모델은 차세대 HBM4E 대신 이전 세대인 HBM4를 적용하거나, 메모리 적층 수와 다이당 용량을 줄인 구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시제품의 총 메모리 용량은 192GB, 다른 모델은 256GB 수준에 불과해 기존 발표 사양인 1TB와 비교하면 대폭 축소된 수준이다. 현재 양산 중인 베라 루빈(Vera Rubin) GPU가 최대 288GB HBM4를 탑재하는 점을 고려하면, 오히려 기존 제품보다도 메모리 사양이 낮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메모리 축소를 검토하는 가장 큰 이유는 HBM4E 공급 부족이다. 업계에서는 메모리 제조사들이 루빈 울트라 출시 일정에 맞춰 충분한 HBM4E를 생산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HBM4E는 이전 세대보다 더 높은 집적도와 빠른 인터페이스를 요구하며, 첨단 패키징 공정도 훨씬 복잡해 생산 난도가 크게 높아진 상태다.

메모리 용량이 줄어들면 대규모 AI 모델을 실행할 때 더 많은 GPU가 필요해질 수 있어 일부 성능 저하가 불가피하다. 다만 엔비디아는 초고속 네트워크와 서버 아키텍처 최적화를 통해 여러 GPU에 작업을 효율적으로 분산하는 방식으로 성능 감소를 일부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부 고객들은 메모리 감소가 반드시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반응도 보이고 있다. HBM은 AI GPU 원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부품인 만큼 메모리 용량을 줄인 제품은 가격도 낮아질 가능성이 높아 비용 부담을 줄이려는 기업들에게 새로운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이번 움직임은 엔비디아가 불과 지난달만 해도 메모리 공급에 문제가 없다고 자신했던 입장과 대비된다. 당시 앤드루 벨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수석 부사장은 "메모리 공급 문제는 이미 수년 전부터 대비해 왔으며 공급 부족이 제품 출시를 막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그는 가격 상승은 업계 전체의 과제가 될 것이라고 인정했다.

엔비디아는 아직 루빈 울트라의 최종 사양을 확정하지 않았으며, 제품 출시는 내년 하반기로 예정돼 있어 메모리 공급 상황과 제조 비용, 고객 수요 등을 반영해 설계를 추가 조정할 시간이 남아 있다.

한편, 엔비디아는 HBM 공급망 강화를 위해 최근 SK하이닉스와 총 5000억달러(약 709조원) 규모의 전략적 협력을 체결하고 HBM4와 HBM4E 공동 개발에 나섰다. SK하이닉스도 앞으로 5년 동안 AI 메모리 생산 능력을 두 배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는 등 급증하는 AI 반도체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박찬 기자 cpark@aitimes.com